ENG
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난 부끄럽게도 너의 의미있는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할 자격도 없다. 언젠가부터 동인련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시조를 읊조리기 시작하고 뭔가 얘기하려 했지만... 미련하게도 너를 눈치채지 못했다. 부음을 접하고 난 후 이제서야... 네가 남기고 갔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싯귀들을 자꾸만 읽고 또 읽어 보며 눈알이 돌아 빠지는 느릿하고도 쓰린 고통으로 내 작은 가슴을 사정없이 내려 치고 또 내려친다... 너의 말 못했던 아픔이 내 어릴 적 아픔이었는데 기댈 곳 없었던 너의 마지막 선택은 내 지금의 갈등이기도 한데 너와 다를 것 하나도 없이 내 삶을 파고드는 모든 모난 것들은 지치도록 싫었고 지금도 미운데 난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지겹도록 살아 남아 저 어리고 여리디 여린 것의 처절하도록 외로운 죽음 하나 막지 못했다... 이제와서 네 죽음을 슬퍼한들 이제와서 네 고통을 함께 느껴 보려 한들... 추잡하고 더러운 본성들은 씻지 않고 가려둔 채 차마 보기에 역겹다 못해 토악질이 나는 가면들로 하늘을 빌고, 도덕을 빌어 꾸며낸 어설픈 모사로 설쳐대는 이 땅의 저 서글픈 가식들이 진절머리 난다. 목을 맨 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더러운 것들의 그 꾸며진 위선들을 신경질적으로 벗겨버리고 그 태만한 관심과 고집과 무관심을 하나하나 잔인하게 집요하게 난도질 하고 싶다. 내가 아직까지 죽지 못하고 살아 온 일말의 불쌍한 희망은 너와 내가 그토록 바라는 그 무엇인가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 이라는 희미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난 아직도 초라하기만한 모습이지만 이렇게 살아 견디어 보고 있다는 것을 듣든 말든 너에게 조심스럽게나마 심어 줄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죽음과 조금이라도 너를 떼어 놓을 수 있었더라면... 우리 모두가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네 작은 아픔 하나 너와 함께 나누지 못하고 그 차갑고 쓸쓸한 사무실안에서 혼자 쓰러져갔을 어린 너를 지켜주지 못해 나는 혼자 너에게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마지 못해... 차마 이 곳에서는 견디기 힘에 겨워 조용히 찾아 가고자 한 곳이 그 곳 이라면 그래 이젠 동성애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편히 쉬어라. 더는 슬퍼 하지도, 외로워 하지도, 괴로워 하지도 말고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살아 남은 친구들도 모두 잊어 버리고... 네 마지막 지독한 순간이 너 혼자였던 것 처럼... 너 혼자 술병을 옆에 놓고 가졌던 그 시간만큼은 죽음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편안한 순간이었던 것 처럼... 그냥 편히 쉬어라 이 다음에라도... 이 다음에라도... 네가 그토록 꿈꾸어 오던 밝은 무지개빛 세상에서 우리 만나 모두 함께 웃을 수 있기 위해 너를 눈물로 보내고 남아버린 친구들이 애써 줄 것이다. 마음들을 다잡고 있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었던 너에게 부끄럽고 미안하기만하여 온 종일 쓰라린 눈물만 흘린다. 편히 쉬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차마. 모모 2003.04.30 1299
58 차별 비관 10대 동성애자 목매 sbs 2003.04.29 3529
57 차별 없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시다 김철진 2003.04.30 1297
56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무지개 2003.05.02 2220
55 처음으로 뵈었어요. 혜인 2003.11.24 2164
54 처음이에요. 해와 2006.03.06 3935
53 추모 배너.. file SECOND_M 2003.05.11 2203
52 추모글 ll ^^ ll 2003.08.03 2585
51 추모글(故 육우당이란 분에게) NOx 2003.10.01 2422
50 추모드립니다 강세류 2003.08.11 2255
49 추모제 날... 설탕 2003.05.10 2165
48 추모제에 다녀와서 여기동 2003.05.05 2053
47 추모하며 anjehuman 2012.04.25 2667
46 추모합니다 zooface 2003.04.29 2556
45 추모합니다 사도 2003.05.07 2019
44 추모합니다 한나 2003.08.09 2140
43 추모합니다. cs 2003.05.11 2584
42 축복 받지 못한 사랑(이상하지만 자작 ㅡ;) 큐피트요정 2003.04.29 1400
41 친구를 보내야한다는 거 말야.. 지혜 2003.05.05 1936
40 친구의 뜻을 이어받아.. 지나가다 2003.04.29 1565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