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골목에서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붙이고 ‘노동자 인간 선언’을 외치며 죽어간지 43년이 흘렀습니다. 이 날을 기억하여 매년 11월 둘째 주말에 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동인련은 매년 노동자대회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연대해 왔습니다. 집회에서 부스를 차리고 성소수자 노동권을 알리는 한편,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고 함께 행진했습니다. 때로 학생인권조례 및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이 성소수자 권리에 연대를 요청하며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기억하고 성소수자들이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노동자대회에 나갈까요?
동인련 회원 중 많은 수가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성소수자들 중 다수가 당연하게도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일터에서 우리는 우리 모습 그대로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소수자들이 더 많은 동료들을 만들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을 때 비로소 평등한 일터가 가능할 것입니다. 노동자대회는 그러한 연대를 쌓아나가기 위해 중요한 자리입니다.
동인련은 사회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과 연대합니다. 억압과 차별,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단체입니다. 동인련은 단지 성소수자 차별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임금, 집, 사회안전망, 교육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너무 가난하다면, 일터에서 쫓겨난다면, 집을 빼앗긴다면,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면, 똑같은 일을 하고도 무시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면,이러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우리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살아갈 힘을 잃게 됩니다.
서른셋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무노조기업 삼성이라는 골리앗에 맞선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한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손에 쥐면서 휴일도 없이 일한 노동자들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나서야 몇 년만에 처음 휴가를 가보았다고 환하게 웃던 노동자들입니다.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행이 잇따랐습니다. 삼성은 정말 노동자를 말려죽일 셈입니다. 다시 전태일의 노동자 인간선언을 생각합니다. 재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어째서 ‘배고파 못살겠다’는 절규를 남겨야 할까요?
전교조가 노조가 아니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했던 교사들, 학내에서 부당한 일이 생기면 회의 때마다 벌떡 일어서서 주장을 펼치던 ‘벌떡교사’들이 전교조 조합원이었습니다. 최근 전교조는 정부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해고자와 끝까지 함께 가기로 결정하며 정부의 규약개정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는 것, 전교조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학교 현장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자 박근혜 정부의 진보진영 탄압에 함께 맞서는 일이라 너무도 중요합니다.
진보진영에 대한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이 아시겠지만, 동인련은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에서 메카시즘이 연상됩니다. 누군가 ‘종북’ ‘간첩’이라는 붉은 글씨를 새긴채 마녀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마녀를 만들어내는 세상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에 맞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복지를 축소하고 부자 세금을 탕감하고 있는 이 정부, 공공부문을 모두 민간에 팔아넘겨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줄 사회안전망과 공공성을 파괴하려는 정부에 맞서는 일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올해 노동자대회는 이런 상황에서 열리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의 죽음, 전교조 노조아님 통보 등과 맞물려 강경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인련 회원들과 함께 무지개를 띄우고 거리로 나가고 싶습니다. 세상을 좀 더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해, 지금 사회 진보를 향한 목소리가 전혀 약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우리 삶을 위한 요구를 외치기를 바랍니다.
선을 넘자, 올해 노동자대회의 슬로건입니다.
절망의 선을 넘어 연대합시다!
11월 9일(토) 여의도 문화마당 저녁7시 비정규직철폐노동자대회에 동인련이 함께합니다.
끝나고 같이 주점도 갈 터이니, 오시면 전화주세요~
11월 10일(일) 서울시청광장 오후2시 전국노동자대회에도 무지개깃발과 피켓을 들고 함께 합니다. 무지개깃발을 찾아오시거나, 전화주세요~
*연락은 덕현(010-3255-구이이륙)에게로.
*처음오시는 분은 오시기 뻘쭘하실수도 있는데, 너무 두려워 마시고 오셔도 되어요.
이날 보고 들을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