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2022년 평등의 봄을 쟁취하기 위한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으로 우리는 거대양당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했다. 그리고 평등을 이룰 의지가 없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를 목격했다. 15년 동안 국회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보지 못한,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70%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대두된 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사회에 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었고, 차별금지법은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 갈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으로 요구되었다. 그러한 요구를 들고 우리는 국회 앞으로 왔다. 단식이라는 극한의 투쟁에 돌입한 것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국회가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러나 결국 정치는 이를 묵살했다. 이는 시민들의 삶을 다시금 차별과 혐오에 방치하며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기약없이 나중에로 미루겠다는 답변이다. 

 

우리의 투쟁은 이어지지만 단식투쟁은 여기서 멈춘다. 단식은 평등한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하여 택한 투쟁 방법이었기에, 우리 동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미 종걸은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였었고 미류 역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우리는 두 활동가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공청회를 응답으로 내놓은 국회에 가슴 깊이 분노한다. 39일, 46일. 두 사람이 삶을 걸었던 이 투쟁의 시간은 21대 국회의 가장 부끄러운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시민들이 이끌어온 힘으로 법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인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은 이마저도 거부함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저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핑계로 법안 제정 계획조차 밝히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선언했던 법 제정의 의지가 기망이었음을 확연히 드러내었다. 심지어 우리가 국민의힘을 국회 논의의 장에 나오도록 만들 수 있는 방안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제시하였으나 박홍근 원내대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에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차별금지법 없는 나라에서 치르게 된 지방선거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삶에 정치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저 남탓 타령과 표계산에 골몰하며 평등을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거대 양당의 담합 구조만 확인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떻든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선거는 껍데기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심판임을 정치는 깨달아야 한다. 

 

46일의 싸움 속에서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지지하는 동료시민들의 연대가 고르게 평등한 사회의 방향을 밝혔다. 이 법을 만드는 주체는 국회와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힘임을 오롯이 확인하였다. 농성장에 다녀간 동조단식 참여자들은 1천 명에 육박하고 발표된 성명의 연명자는 5천명이 넘는다.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스무번이 넘고 이 곳에서 열린 문화제와 집회까지 모두 떠올릴 때 더 이상의 셈은 의미가 없다. 그뿐인가. 충남 이진숙 활동가의 21일 단식, 임푸른 활동가 17일 단식, 경기 박광온 의원 지역사무실 점거농성 10일, 대구시당 1박 2일 점거투쟁, 그 외에도 전국 모든 광역시도 단위에서 동조단식과 1인시위가 이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의 인권 현안들을 차별금지법과 연결한 전국공동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함께 싸우며 평등을 더 깊이 배웠다. 차별에 대한 자기 삶의 경험과 평등을 향한 바람들은 동등한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길을 내며 이전보다 강해진 투쟁의 힘으로 우리 안에 남아있다. 

 

이제 우리가 싸워나갈 길은 더욱 명확해졌다. 한국 사회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모두의 삶이 위기임을 폭로한다. 코로나19로 확인된 차별의 구조를 해결하기는 커녕 최저임금 차등적용, 장애인 탈시설 투쟁의 왜곡, 여성가족부 폐지 등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정책과 비전을 내놓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부는 시민들의 일상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러한 차별적 구조를 개혁할 의지, 민생을 변화시킬 능력도 없음을 증명했다. 그로 인해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무너진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공통분모이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사실 또한 보다 분명해졌다. 

 

평등의 봄을 외쳤던 이번 투쟁으로 우리는 보다 단단해졌다. 법 제정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평등의 요구가 무산된 게 아니라 더 크게 나아갈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힘으로 평등의 역사를 다시 써나갈 것이다. 결국 이 땅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차별과 혐오로부터 바꿔내야할 우리 세상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돌보는 동료시민들과 함께 평등의 연대로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2년 5월 2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시민들 일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4
96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46
95 [논평] 20대 대선결과에 부쳐 - 깊은 우려로부터 변화를 위한 연대와 투쟁으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10 143
94 [TDoV 기념 성명] ‘나’로서 살아가기로한 당신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31 2025
93 [성명] 대법원의 비상식적 기각 선고를 규탄한다! -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대법원 선고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31 85
92 [성명] 국회는 4월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평등에 합류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11 80
91 [무지개행동 성명] 평등을 위해 싸워온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성소수자의 이름으로, 함께 평등을 꽃피우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14 42
90 [차제연 기자회견문] 정치는 평등을 시작하라. 국회는 4월 안에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14 88
89 [가구넷 논평] 인권위의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 권고를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14 42
88 [공동논평] 대법원의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 사건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1 77
87 [차제연 논평] 우리는 평등법 제정으로 그 사과를 받고자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6 81
86 [차제연 논평] 15년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책상에 올라간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평등법 법안심사를 시작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7 45
85 [성명] 모든 노동자에게 무지갯빛 일터를 보장하라 - 2022 노동절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9 116
84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8
83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0
82 [공동논평] 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123
81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79
80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1
» [차제연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5
78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06
77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64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