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제목 없음.png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요 며칠 언론은 ‘원숭이두창’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이름부터 생소한 질병에 들러붙은 키워드는 아니나 다를까 ‘동성애’였다. 서구 감염인 중 다수가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클럽과 파티에서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성접촉으로 전파된 것인지, 그 외 신체접촉으로 전파된 것인지, 아니면 비말을 통해 감염된 것인지 확정된 건 없어 보인다. 다만 가설의 수준에서 정확한 전파경로를 추적하는 중이고 비말에 의한 감염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아직 알려진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상황에서 언론은 ‘동성애’를 질병 예방의 방향성과 관계 없이 동원한다. 어쨌든 확진자 다수가 20-50대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변동이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언론은 온전하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주변적인 정보들을 장식처럼 붙인다. 게이클럽과 사우나, 마디그라 축제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신체접촉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지만, 그들은 질병이 어떻게 전파되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경로를 찾기보다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의 성격만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설령 전문가의 직함을 빌어 논리를 증명한다 할지라도 언론은 정확한 전파 경로를 확인하려 하기보다 동성애자들이 모여서 걸렸다는 식으로 특정 정체성에 포개어놓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문제는 감염될 수 있다고 추정하는 행위에 특정한 가치를 개입하는 것이다. 기사들은 동성애를 ‘동성애 성관계’로, ‘게이 사우나’로, ‘대규모 광란 파티’로 거듭 반복하며 표현의 강도를 경쟁하듯 높인다. 원숭이두창을 이야기하는데 게이 축제 포스터 이미지를 굳이 기사에 가져다 붙인 저열한 의도는 굳이 따지고 싶지도 않다. 낯선 질병에 낯선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다 붙이는 못된 버릇은 어째서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나.  

 

동성애자 그룹에서 대다수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장은 행간에 많은 틈을 남긴다. 문제는 해당 문장을 쓰는 기자에게 질병의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보다 동성애에 대한 선정적인 노출을 부각하는데 비중을 높인다는 점이다. 해서 묻는다. 어쩌자는 것인가. 앞으로 게이 클럽에서 파티와 섹스를 하면 질병의 낙인을 찍어버리겠다는 것인가? 지금 언론들은 질병에 대한 무지함과 그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두려움을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도덕적 지탄과 낙인으로 전치하는데 급급해 보인다. 애석하게도 낯선 질병의 등장을 빌어 혐오를 전파하는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언론들이다. 자신들이야 시중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싣고 있다고 주장할테지만, 그들의 문장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HIVAIDS부터 최근의 코로나 이슈까지 특정 집단을 표적해온 언론의 대응은 어떤 예방효과가 있었나. 많은 의료전문가들과 학자들은 특정 정체성과 집단을 표적하여 질병의 원인인 양 보도하는 것이 예방에 취약한 이들을 고립시켜 숨게 만들고 결국 예방에 악영향을 줄 뿐이라고 수차례 말해왔다. 그렇다면 언론은 시중에 떠도는 의심과 가설과 추정을 그러모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입증된 정보를 전달하고 도덕적 지탄과 혐오가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숙지하여 질병을 둘러싼 불필요한 편견과 낙인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면 된다.  하지만 왜 그걸 하지 못하고 질병의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드러내고 싶어 안달인가. 국내에 확산될 가능성이 낮을 거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고서야 당신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관심을 끊고 다른 이슈로 시선을 돌린다. 기자는 풍문을 조달하는 시정잡배인가.   

 

낯선 질병이 계속 등장하는 가운데 언론이 동원하는 건 예방에 취약한 이들, 사회적 소수자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런 상황들은 언론이 언제라도 차별의 기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말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필요를 더 절실하게 만들지 않는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성소수자와 시민사회의 행동들에는 하등 관심도 보이지 않던 언론들이 낯선 질병의 등장에는 너나없이 곧장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현실은 한심하기 짝이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차별을 증폭시키는 언론의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2022. 5. 3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미디어TF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83
117 [차제연X무지개행동 성명] 우리는 무지개빛 연대로 평등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故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 장소 대관불허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3.10 139
116 [청시행 성명]  아직 늦지 않았다 -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하라! 국회는 학생인권법으로 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4.30 20
115 [촛불1주년 인권선언문] 촛불 1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30 176
114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전국 인권활동가, 인권단체 긴급 성명] 충청남도 도의회는 인권조례를 반드시 지켜야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2 217
113 [취재요청] [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6 3816
112 [카드뉴스] 군형법 제92조 6에 대한 오해 1~3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7.27 1550
111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논평] 공무원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서울시의 차별, 혐오 선동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8 304
110 [행성인 성명]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길에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함께할 것을 호소합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1.04 800
109 [행성인 성명] 충남인권조례를 반드시 지켜라! 역사는 당신들을 심판할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2 253
108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성명] 투표하는데 성별이 왜 중요하죠?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4.14 150
107 [행성인 편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연대를 높이는 퍼레이드를 만듭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5.05 982
106 [혼인평등연대 논평] 혼인평등 실현을 위한 국회의 역사적 진전을 환영한다. 혼인평등법안을 포함한 가족구성권 3법 발의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95
105 [환영 논평]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축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59
104 [환영논평] 드디어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안이 입법 발의되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 발의를 환영한다! 정욜 2014.03.18 3517
103 [환영논평]정부는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의료차별을 해결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11 146
102 ‘세계의 약국’을 끝장낼 인도-EU FTA협상을 중단하라! 인도특허법 개악하려는 노바티스 소송을 기각시켜야 한다!한미FTA를 폐기하라! file 동인련 2011.11.28 5039
101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올바른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동인련 2010.10.29 8598
100 ‘합의에 의한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자는 민주통합당 민홍철 의원 규탄한다!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92조6 조항 즉각 폐지하라. 이주사 2013.04.24 4990
99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 기자회견 이경 2013.12.11 4732
98 「마포구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추진에 대한 지역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 file 병권 2013.06.12 5179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