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 성소수자의 일터에 변화를 일으키자

-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며

 

세계노동절 129주년을 즈음하여 우리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평등하고 존엄한 노동에 대한 갈망의 중심에 있다.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 내 모습 그대로 일할 권리, 불합리한 제약 없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외침은 지금 한국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절박한 외침을 듣는 자는 과연 어디 있는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이미 노동개악의 주체로 전락한지 오래다. 저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단위기간 확대를 밀어붙여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가 하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고 이주노동자 적용 제외 조항을 신설하는데 급급하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망발을 지껄이는 것과 다름 없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와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두고 ‘사회적 합의’와 ‘노·사·정 대타협’을 운운하며 오직 노동자들에게만 굴종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자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 파업 시 대체근로 투입 허용, ▲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조항 폐지, ▲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같이 역겨운 개악안을 노동자 면전에 들이밀고 있다. ‘촛불 정부’를 참칭하는 문재인 정부의 썩어빠진 민낯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통탄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을 실천으로 분쇄함으로써 성소수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1997년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에 반대하는 동성애자 연대투쟁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을 통해 성소수자 부당해고 철회 촉구 활동과 각종 사례 연구 및 캠페인을 거쳐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노동운동의 방향은 오직 하나, 바로 성소수자에게 평등하고 존엄한 일터와 사회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었다. 

 

분명 변화는 있었다. 연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노동조합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내 가족수당 지급기준에 동성결혼 동일 적용을 명시하고 성소수자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발전된 태도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소수자 노동자 개개인은 자신의 일터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장하는 노동조합은 여전히 노동자 개인들이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밝히기 어려운 실정이며, 고용상 차별금지를 명문화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혐오 선동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중에 자본과 정권의 노동개악 추진으로 노동자의 기본권마저 갈기갈기 찢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소수자를 차별하는 노동현장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차별적이고 착취적인 구조에 직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우리는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를 기점으로, 위계와 차별을 조장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유린하는 데 혈안이 된 자본과 정권의 노동개악 시도를 산산이 깨부수는 행렬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한다. 하여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을 밝히지 못한 채, 유령처럼 일하고 있는 한국 사회 성소수자 노동자의 평등과 존엄을 기필코 우리 손으로 쟁취해내고야 말 것임을 결의한다. 지금껏 우리가 걸어왔듯 우리는 이땅 위에 차별받는 노동자들과 연대를 두텁게 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변화의 운동을 모색하며 평등과 존엄의 일터를 향해 힘차게 어깨 걸고 전진할 것이다.  

 

2019년 4월 26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세계노동절대회 #성소수자참가단 #온라인캠페인 #나_성소수자노동자00 #00을_요구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576 [차제연 논평] 15년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책상에 올라간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평등법 법안심사를 시작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7 45
575 [무지개행동·차제연 공동성명] 보수개신교와 야합한 박홍근, 이승환 두 후보의 혐오발언 강력히 규탄한다. 제22대 총선 우리는 평등에 투표할 것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4.01 45
574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46
573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논평] HIV감염인이 ‘건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4.02 46
572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7 47
571 [무지개행동 성명] 평등으로 한껏 더 나아가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7 47
570 [성소수자부모모임X정치하마X행성인 공동성명]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기꺼이 살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7 47
569 [차금법 농성단 논평] 이준석 대표, 연습문제 같이 풉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7 47
568 [차제연 성명] 국가인권위원회가 철폐하려는 것이 성차별인가 성평등인가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26 47
567 [변하사공대위 성명]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사건에 대한 국방부, 육군본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불수용 결정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2 48
566 [공동 선언문]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1 48
565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8
564 [차제연 입장]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참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9
563 [차제연, 무행 공동논평] 성소수자 혐오선동에 앞장서고 인권보도준칙 폐지를 주장하는 김인영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보호특별위원 임명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49
562 [공동성명]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24 50
561 [무지개행동 논평] 평등법 발의를 환영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6.16 50
560 [환영 논평]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축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50
559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0
558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모욕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혐오발언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03 51
557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문] 전국의 평등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실어왔다. 국회는 평등에 탑승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5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