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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50. 게이커플 부모의 삼천지교(三遷之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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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행성인 회원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올해는 엘리뇨와 같은 이상 기후로 많이 더울 것이라는 기상 예측을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무더위에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이곳 필리핀은 4월과 5월 폭염을 피해 학교는 방학을 하고 6월에 (새 학년으로 올라가) 새 학기가 열립니다. 딸내미는 방학 동안 학교를 가지 않아 심심해하였고 혼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어느 날 엄마 보라고 난리입니다. 형형색색 초콜릿을 그릇에 담고 물을 조금 부었더니 초콜릿이 녹으면서 무지개 빛깔이 영롱하게 사방으로 퍼지는 겁니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 보았더니 역시나 유튜브를 보았다네요.

아이는 레고를 이용하여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한 번은 레고를 비스듬히 한 장씩 비스듬히 연결하여 계단을 만들었어요. 가끔 우리 동네 니콜 언니가 우리 집에 놀러와 레고를 가지고 집을 짓기도 합니다.

이런 놀이는 아이의 시각적 자극과 공간의 개념 그리고 뇌와 손의 협력이 발달하는데 유익할 듯합니다. ‘부모가 함께 놀아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바빠서 도대체 놀아줄 시간이 없는 걸까요? 아이와 놀아줄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피클볼 쳐보자!

어느 날 해변 공원에 산보를 갔습니다.

공원 한편에 많은 어린이들이 피클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방학 동안 한 달 프로그램으로 열린 피클볼 교실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일주일에 세 번 피클볼을 배웠습니다. 코치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준비 운동을 열심히 따라 합니다. 그리고 라켓을 잡고 스윙을 하는 동작도 익였습니다.

코트에서는 코치 언니들이 아이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잡아주고 공을 네트 너머로 쳐 넘기는 연습을 시켜주었습니다.

아쉽게도 겨우 2주 동안 배운 피클볼 교실이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동네에도 피클볼장이 생겼으니 또 배워보면 좋지요.

앞으로 방학이 되면 공부보다는 몸과 마음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찾아보고 아이에게 권하렵니다. 저도 함께 운동을 하면 일석이조지요.

새 학교 새 학년

올해 아이는 유치원 2학년을 다닙니다. 그리고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지요.

아이의 교육 환경은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부모에게서 배우는 가정교육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제일 기본적인 교육이지요. 예의범절과 영성뿐 아니라, 저는 아이에게 삶을 살아가는 지혜-요리, 청소, 바느질, 생활물품 관리, 저금과 지출과 같이 돈을 사용하는 방법, 독서와 여행 등-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그다음은 학교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학교는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뛰어놀고 공부도 하는 공간입니다. 이 시간은 아이에게 사회적 발달과 지적 발달의 과정이지요. 이런 학교 환경에서 아이가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차별이나 배제 또는 혐오를 당한다면 아이의 가슴에 큰 상처를 입혀 위험 천만한 환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와 남편은 이런 위험을 피하고 아이에게 안전하고 친화적인 학교 환경하에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새로운 학교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렇게 미국 그리스도교 연합 교회(United Church of Christ, UCC)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찾았습니다. UCC 교단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진보적인 교단이라고 합니다.   

입학 전 이 유치원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퀴어한 저희 가족을 소개하고 딸아이가 입학할 수 있는지 문의했어요.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게 저희 가족을 환대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딸내미가 동성애에 친화적인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답니다. 맹자의 모친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맹모삼천을 하였다고 합니다 (맹모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 남편과 저는 딸내미를 위해 퀴어 부모들이 삼천지교를 했나 봅니다.

새 학년 준비물

딸내미 새 학년 등교 준비로 바빠졌습니다.

우선 교복을 두벌 맞췄습니다. 날씨가 더워 땀을 많이 흘리니 일주일에 두 벌은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끈으로 매지 않는 찍찍이 운동화도 구입하고 운동복도 장만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매일 20분 간 놀이터에서 뛰어놉니다. 그래서 매일 운동복을 챙겨가야 합니다.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이틀간 참석했는데 아이들의 물품에 아이 이름을 표시해 줄 것을 설명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운동이 끝나면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잘 구분을 못한다네요.

그래서 저는 아이 교복과 운동복에 아이 이름을 수놓았습니다. 그 이름도 영롱한 ‘Rainbow’. 새 운동화에는 자수를 놓을 수 없으니 (운동화 안쪽에) 매직펜으로 이름을 써넣었고 양말에는 이름 대신 무지개를 수로 놓았어요.

자수를 하면서 저는 ‘아이 이름을 참 잘 지었네, 영어 이름 대신 무지개 빛으로 표현할 수 있어 참 이쁘네’라는 생각에 푹 빠져버렸어요. 앞으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이렇게 수를 놓아주고 싶습니다.

행성인 여러분,

요즘 월드컵 축구 경기를 이곳 필리핀에서도 보고 있어요.

광화문에서 붉은 악마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저의 고등학교 시절의 광화문이 떠오르고 그립기만 합니다(하교 시간에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서 광화문 주위의 남학생들이 멋진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설레었지요,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시절에).

부디 우리 축구 대표팀이 승승장구하여 행성인 여러분의 마음이 신명 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는 아이와 더불어 등교하는 저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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