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 (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 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은 올해 초부터 “이달의 투쟁사업장”을 정해 소소한 연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매 달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소식들을 찾고, 각 투쟁사업장들의 쟁점과 요구를 학습하며,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들에게 연대한다는 인증샷을 촬영해 행성인 SNS에 업로드 해왔습니다. 8월부터 남은 하반기동안 노동권팀은 투쟁사업장 인터뷰, 카드뉴스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연대를 넓히며 행성인 웹진에 투쟁사업장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
노동자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누구든 입을 옷, 먹을 밥, 살 집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의식주를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절대다수는 노동을 통해 돈을 벌고, 의식주를 챙기며, 삶을 영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매개로 차별과 마주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란 남에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로소득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비해 차별받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 안에서도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위계와 차별이 존재합니다. 일터는 회피할 수 없는 “나의 일”로서 차별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현장이 되곤 합니다.
한편,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긴 매한가지인 성소수자의 입장에서도, 노동은 성소수자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고, ‘비정규직 공화국’이란 말이 나온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성소수자 노동자에게는 더욱 가혹합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구직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정체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86%에 달하며,[1] 절반 가까운 성소수자 노동자가 구직활동 중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력이나 개인적 배경을 숨겼다고 합니다.[2] 그 결과 성소수자 노동자는 젠더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열악한 비정규불안정노동으로 쉽사리 밀려나곤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을 해도 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숨겨야 할 치부인 듯, 족쇄인 듯 따라붙곤 합니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혹여나 해고당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고,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성소수자인 걸 밝힐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성소수자이지만 그래도 이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무리해서 일을 하기도 하고, 동성 파트너의 경조사를 위한 유급휴가, 성별정정을 위한 의료조치를 위한 병가 등을 쓸 수 없는 등 직장생활 구석구석에서 크고 작은 차별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을 매개로 차별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도, 자신의 차별 경험을 더욱 구체화하기도 합니다. 성소수자노동권팀은 이러한 노동을 매개로 한 차별의 경험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자신이 겪는 차별을 구체화할 수 있다면, 동시에 노동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이들의 차별 또한 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성소수자노동권팀 역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일터에서의 투쟁과 성소수자의 투쟁이 노동을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 올해 초부터 매달 “이달의 투쟁사업장”을 정해 소소한 연대의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매 달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소식들을 찾아보고, 각 투쟁사업장들의 쟁점과 요구를 학습하며,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들에게 연대한다는 인증샷을 촬영해 행성인 SNS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증샷 촬영 외에도 투쟁사업장 인터뷰, 카드뉴스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연대를 팀 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요, 다음 달인 8월부터는 내용을 조금 더 풍부하게 기획해서 행성인 웹진에도 투쟁사업장 관련한 이야기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그러기에 앞서, 우선 1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이달의 투쟁사업장> 이야기를 먼저 웹진에 싣게 되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성소수자노동권팀이 전해드릴 전국 방방곡곡의 투쟁사업장 이야기, 많은 응원과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1월 – 금속노조 GM부품물류지회

120명의 하청노동자가 새해 첫 날 집단해고를 당했습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원청 한국GM이 하청업체 계약을 해지,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것입니다. 원청에게 하청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적용한 개정 노동법(노란봉투법)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벌어진 집단해고 사태에 맞서, GM부품물류 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과 원청 한국GM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했습니다. 2개월간 이어진 투쟁 끝에, 2월 5일 120명 전원의 노동조건 저하 없는 고용승계·복직을 쟁취하며 투쟁은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2월 –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

2월의 투쟁사업장 연대는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연행된 상황에서 진행됐습니다. 336일간의 고공농성 이후, 땅을 밟은 지 20여일만에 고진수 지부장이 연행됐다는 소식에 노동권팀 팀원들도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행히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불과 두 달 후 고진수 지부장은 A학교 지혜복 해직교사의 고공농성 현장에 연대 방문 중 결국 구속되고 맙니다. 20일 넘는 옥중 단식 끝에서야 고진수 지부장은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세종호텔은 성소수자노동권팀에게도 의미가 큰 투쟁사업장입니다. 오랜 회원분들께서는 성소수자노동권팀에서 공동주최했던 세종호텔 투쟁문화제 소식을 기억하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서울퀴퍼 행진이 명동을 지나갈 때 농성장에서 손 흔들어주던 세종호텔 조합원 동지들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170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이 올해는 꼭 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3월 – 민주일반노조 카라지회

3월에는 동물권행동 카라 노동조합의 투쟁에 연대하는 인증샷을 촬영했습니다. 시민단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은 조합원이 활동가이면서 노동자인 특성으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단체에 위협이 된다”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활동하는 단체가 그저 직장이 아닌 소중한 활동공간이기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카라지회 활동가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내고자 했습니다. 노조 설립 이후 이어진 직장내괴롭힘과 어용노조 설립 시도를 뚫고, 카라가 동물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라는 카라지회의 투쟁을 응원합니다!
4월 –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

4월의 투쟁사업장은 초중고 참고서와 문제집으로 유명한 좋은책신사고였습니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는 대학교에 1000억원대 기부금을 쾌척하는 ‘좋은 기업’이지만, 뒤에서는 폭언과 노조탄압, 직장내괴롭힘이 일상이었다고 좋은책신사고 노동조합은 성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불러모아 폭언을 하며 망치로 컴퓨터를 부수고, 측근 직원들을 양자로 입양하는 등 사장의 기행이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고, 좋은책신사고 사측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며 2022년 노조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노동권팀은 인증샷 촬영과 함께, 4월 10일 열린 해고자복직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에 참석하여 좋은책신사고지부의 투쟁에 연대했습니다.
5월 –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노동절이 있는 5월에는 고영기 택시노동자의 고공농성에 연대하는 인증샷을 촬영했습니다. 510일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세운 끝에 택시발전법 제정으로 약속받은 사납금제 폐지와 택시월급제, 7년의 유예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2년의 추가 유예였습니다. 택시노동자도 월급 받고 살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9년째 ‘나중’으로 밀리고 있는 지금, 택시노동자 고영기는 시행령을 통한 택시월급제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지금도 120일 넘게 고공농성 중입니다.
6월 – A학교 해직교사 지혜복

6월에는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지혜복의 투쟁에 연대하는 인증샷을 촬영했습니다. 지혜복 교사는 학내 성폭력 2차가해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부당전보를 당했고, 부당전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했습니다. 900일 넘는 투쟁을 거쳐 1월 부당전보 취소 소송 승소, 7월 해임 취소 소송 승소를 쟁취했지만, 지혜복 교사는 투쟁의 2막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A학교 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의 A학교 성폭력과 노동탄압 사과에 더해, 서울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와 학내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 개선, 포괄적 성교육 도입과 공익신고자 보호절차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지혜복 교사의 투쟁에 연대하며, 해임 취소 투쟁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7월 –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이번 달 7월에는 기업청산에 맞서 투쟁 중인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인증샷을 촬영했습니다. 거액의 대출로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펀드 운용과 임대료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단물이 다 빠지자마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먹튀경영”과 “손절” 청산 시도에 일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 정규직·계약직 및 간접고용 노동자는 11만 명에 달합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51일간 단식투쟁 끝에 기업회생 절차는 재개됐지만, 상황은 아직 살얼음판입니다. 11만 노동자가 일터를 잃는 기업청산뿐 아니라, 노동자와 입점업체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의 기업회생이 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홈플러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투기자본의 “먹튀경영”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법적 규제 또한 강화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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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7월 <이달의 투쟁사업장> 인증샷 모음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투쟁사업장은 모임 직전에서야 결정된 편이었는데, 미리 투쟁사업장을 정해놓아도 다른 사업장에서 구속이나 고공농성 돌입 등 급박한 소식들이 들려와 부랴부랴 피켓을 다시 디자인하곤 했습니다. 한 달에 꼭 하나 이상씩은 소개할 투쟁들이 산개해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가슴아팠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기후정의행진을 앞둔 8월이니만큼 다음 달에는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할 계획입니다(이변이 있다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행성인 웹진 8월호에 실릴 8월의 <이달의 투쟁사업장> 소식을 기대해주세요!
[1]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14.
[2]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