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옹(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시작, 정체화에 대한 이야기
시작은 가벼웠다. 웹진 편집자 웅님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면서였다.
애옹 : 저희 웹진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기고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정적으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획이 예정되어 있는지 궁금했어요 ㅎㅎ
웅 : 고정투고로 한해서 이야기드리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저자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ㅎㅎ 활동을 기반으로 저랑 긴밀하게 기획을 논의하면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고정필진 중에 추천해주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귀띔해주셔도 좋습니다 ^^
고정투고는 활동을 기반으로 긴밀하게 웅님과 좀 뭔가가 오가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미뤄두고… 논바이너리인 내가 뭔가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쓴 글이 “젠더퀴어라도 괜찮잖아?”였다. 직접 겪은 경험을 문장으로 풀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썼다. 그리고 논바이너리의 다양한 정체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정체화를 논의할 자리는 별로 없었다. 조금 아쉬웠다.
나의 이야기를 찾아서
“논바인데 논바가 알고 싶어서 <논바를 알고 싶다>를 찾아간 얘기”를 쓸 때부터였을까? 논바이너리를 이야기할 때 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
“논바를 알고 싶다”에서 들었던 생각은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 삼는 것보다는 “나”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논바이너리로서 대표자가 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보다 직접 겪은 이야기를 쓰면 누군가는 공감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적어도 논바이너리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고 싶었다.
젠더퀴어에 대한 글을 쓰면서는 젠더퀴어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했다. ‘젠더퀴어’가 낯설게 느껴질 독자를 고려한 것이었다. 젠더퀴어이자 논바이너리인 내가 누군가에게는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 살아가는 방식이 때로는 낯설거나 비슷하게 느끼면서 거리를 좁힐 수 있다면. 나를 통해서 논바이너리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논바이너리와 나
글 쓰는 일은 때로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점점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디스포리아‘ 편이 그랬다. 하지만 일인칭 주어로서 나의 삶보다 논바이너리로서의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어쩌면 ‘애옹’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더 용감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글을 쓰면서 논바이너리 가시화를 늘상 하고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논바이너리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한계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서도 매월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한다. 거기다가 이번 달부터는 논바이너리 연재가 시작한다. 연재를 함께 기획하면서도, 그와 다른 글을 쓰고 싶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쓰고 싶지만 동시에 무얼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장기 연재처럼 쓰려고 했던 게 아니기에 더더욱 벽을 느낀다. 매달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썼던 날들…
결국 논바이너리와 나라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논바이너리로서 불화하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