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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의 눈코입귀] 걸려도 일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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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행성인 HIV/AIDS인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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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중에는 감염 사실 하나 때문에 희망하는 직종이나 업무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염자이기 때문에 요식업이나 소방관, 경찰, 의료 종사자 등 위생과 관련되었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일, 혹은 몸을 많이 쓰는 업종의 종사가 제한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온라인에 확산된 잘못된 정보를 접한 탓이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거의 모든 직종에서 HIV 감염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일터에서 HIV 검사를 강제하거나 감염 여부를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한다. 그게 현실에서 잘 지켜지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1.유흥업소 종사자, 2.직업 군인, 그리고 3.항공기 조종사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HIV 감염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감염인 당사자 뿐 아니라 비감염인에게도 감염 사실이 취업 제한으로 이어질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감염인 노동권 운동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현행법상 감염인의 취업 및 종사가 제한되는 업종들인 유흥업소와 직업 군인, 항공기 조종사는 정말 HIV 감염인이 일하기 부적절한 업종인지, 애초에 감염인이기 때문에 일할 수 없는 업종이 있을 수 있는지 이야기할 필요도 있다. 어디를 찾아 봐도 앞서 언급한 직종들에 감염인이 종사하면 안 되는 의학적, 과학적, 사회적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직업 군인과 항공기 조종사 등, 이동이 많거나 전시(戰時)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치료제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거나, 건강 관리 등이 어렵다는 근거가 있을 수 있겠다. 특히 직업 군인은 높은 강도의 신체검사 및 훈련을 거쳐야 하고,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한 신체 조건을 요구 받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러한 논거를 들이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HIV는 치료제를 통해 꾸준히 관리되고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당뇨나 간염 등 만성 질환과 같이 일상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심지어 보건 당국에서도 홍보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당뇨나 간염과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해당 질환으로 인해 직업 군인 복무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무조건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약을 통해 관리가 잘 되며, 군 복무 및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만성 질환 보유 여부는 탈락 요인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를 판단하는 현행법상 기준 또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당뇨 및 간염으로 인해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관리를 잘하면서 문제 없이 군대에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 HIV 감염인도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남성 간 합의된 성행위라 해도 군대 내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군형법 92조의 6과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공포와 낙인에 기반한 의미 없는 제한인 것이다. 직업 군인이 아니더라도 의무 군복무 대상자 중에 HIV 감염이 확인된 사람이 있으면, 제대 및 면제로 처리된다. 문제는 군 면제 이후에도 이어진다. 서류 상 군 면제 기록은 감염인들에게 아웃팅 위험의 요소로 작용하며, 실제로 이 때문에 걱정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인 감염인의 사례도 존재한다. 실질적 근거가 없는 취업 제한 및 제대 기준 때문에 낙인과 차별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감염인의 유흥업소 종사 제한도 정말 타당한지 재고가 필요하다.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하면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성병 감염에 취약한 계층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을 아예 틀린 생각이라고 주장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해서 무조건 성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없는 미검출 감염인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될 보건적, 의료적, 과학적 근거는 없다. 유흥업소에 종사한다고 해서 HIV에 대한 위험만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성병 제반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직업군이라면, 성병에 대한 자발적인 검사 및 관리를 보건 당국 차원에서 지원하면 되는 일이다. 감염인의 유흥업소 종사를 기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정말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오히려 유흥업소 종사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건강을 살피며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보건 당국도 홍보하는 U=U에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정책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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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얘기로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된 진짜 이유를 이제 말할 차례이다. 내년부터 효력을 발휘할 문신사법 초안에 HIV 감염인의 문신사 종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이 있다는 소식을 최근에 접했다. 타투 받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문진표에는 감염병이 있냐는 질문이 있고, HIV 감염인이 타투를 받으러 방문했을 시에는 좋게 말해서 돌려보내라는 조언 아닌 조언도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돌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타투.
(출처: 타투이스트 몰라의 인스타 계정 @molarknows)

타투를 평소에 좋아해서 예쁜 타투 도안을 SNS에서 찾아보는 걸 즐기고 실제로 몸에 타투도 여러 개 있으며, 친한 퀴어 타투이스트 친구도 있는 나로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타투이스트 친구가 타투 유니온에 가입하여 활동하며 문신사법을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문신사법이 제정되어 타투이스트가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너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타투이스트가 법적으로 인정 받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위치를 가지는 동시에 감염인의 종사를 제한하는 또 다른 직종이 된다면, 유감스럽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타투이스트도 많고 타투를 새긴 사람들도 길을 가다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타투라는 문화와 퀴어, 그리고 HIV 감염인은 여러 지점에서 닮아 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터부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 한국 사회에서 한 사람을 판단하는 낙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그리고 적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렵다는 점 등 말이다. 직장 면접이나 상견례 등의 자리에서 타투를 드러내거나 옷으로 가릴 수 없는 부위에 타투를 하는 것이 단정치 못하다고 여겨지며 감점 사유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과 학교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퀴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차별과 불이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타투가 마스킹 테이프로 가려지거나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 것처럼, 여러 방송에서는 드라마 내 인물들의 퀴어 로맨스 서사가 지워지거나 우정으로 처리되기도 하고, 퀴어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단어와 가사가 검열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문득 궁금해져서 타투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각 문화권마다의 인식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고대부터 주술적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 타투는 연인, 친구, 의형제 간 유대를 표시하기 위해 행해졌으며, 형벌과 낙인의 수단이기도 했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타투가 야만인의 풍습으로 여겨지며 터부시되었고,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대에는 법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현재는 많은 퀴어 당사자들이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거나 타투를 몸에 새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타투는 퀴어 정체성, 그리고 HIV 감염인의 정체성과 같이 터부시되고 금지되고, 낙인으로 여겨지고, 그러면서도 역사 안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수자성의 상징이기도 한 타투가 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또 다른 소수자를 배척한다면, 그 자체로 모순일 것이다. 과학적, 의료적 근거가 없는 낙인과 차별에 기반한 공식적 배척이 문신사법, 그리고 타투 고객 매뉴얼에 포함되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타투로 스스로를 표현해 온 퀴어 커뮤니티, 그리고 사회적, 내적 낙인을 마주한 감염인에 대한 이중 낙인이다. 감염인은 한국의 현행법에서 거의 모든 직종에 대한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단 세 개라도 감염 사실로 인해 종사할 수 없는 직종이 있다면, 그것 자체로 차별이고 배제이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는 분야와 문화, 그리고 업종에서 같은 형태의 배제를 목격하고 싶지 않다. 문신사법은 아직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앞으로 더 수정될 여지가 있다고 들었다. 문신사법도 타투 고객 매뉴얼도, 그 내용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타투를 향유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명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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