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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 소모임 박람회 후기: 트랜스젠더X페미니즘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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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8월부터 T&F(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는 소모임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전시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8월 말에 모여서 함께 전시에 필요한 자료를 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준비하면서 이 소모임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가?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들이 머리를 떠다녔다. 소모임 소개 발표를 하기 위해 23년도 12월에 작성했던 초기 계획서까지 되돌아갔다. 터프에게 대항해 트랜스페미니스트 활동가를 위한 안전한 공간 만들기. 운동사회 내에서 트랜스젠더 가시화하기. 우리 이런 목표를 가졌었지. 결국에는 트랜스팀의 최종 목표와 맞닿아 있겠지만서도 말이다. 

만들어진 이후 소모임 활동은 독서, 언론 기사 모니터링, 그리고 이야기 나눔이 주를 이루었다. 트랜스젠더와 페미니즘이 교차하고 어긋나는 지점을 다룰 만한 책들을 선정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론이나 학술적인 논의에서 시작하더라도 서로의 경험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소모임박람회 첫 번째 전시로는 그동안 읽어온 책 중 두 권, <3xFtM>과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에서 인용구를 따와 트랜스 여성/남성의 경험을 담아보았다. 인용구를 고르게 되는 과정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어떤 조각을 가져왔을 때 어떤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당일에는 전시를 보는 회원들이 함께 자신의 트랜지션 경험이나 언제 트랜스로 정체화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소모임박람회를 위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주제는 트랜스 페미니즘 콘텐츠 추천/비추천 리스트였다. 트랜스 페미니스트로서, 혹은 트랜스 페미니즘을 사유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거나 유익했던 미디어 콘텐츠와 혐오적이나 문제적이라고 생각했던 작품들을 함께 나누고 공유했다. 준비하면서 깨달은 점은 생각보다 비추천 작품을 꼽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추천 작품 중에서는 당연히 당사자 글쓰기나 당사자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많았고, 이외에도 우리가 트랜스 당사자나 페미니스트로서 감명을 받았거나 영향을 받은 콘텐츠를 리스트에 넣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품 전체를 별로라고 치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꽤나 명백하게 트랜스 혐오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트랜스 커뮤니티의 다른 면모를 담아내거나 다르게 읽어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고 시대적 맥락도 고려해야 하니 주로 최근 작품에 대해 논의했다. 골라서 작성한 리스트의 경우에도 전시를 보러 온 분들이 “아, 나는 이 작품은 좋았는데?”라고 반응한 적도 꽤 있어서 함께 어떤 부분이 좋았고 불편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작품을 좋은 트랜스 작품, 혹은 페미니스트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더 다양하게 펼쳐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앞으로도 소모임에서 트랜스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트랜스 재현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T&F 전시 외에도 몸짓패 공연을 보고 다른 소모임 부스 활동에 참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몸짓을 직접 배워보는 경험도 정말 좋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모임에 들어가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평소 많이 들어봤지만 시간이 없어서 나가보지 못했던 보드게임 소모임 큐플레이와 글쓰기 소모임 사각사각도 직접 하는 활동들을 보니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면으로 한국에 오래 있지 않으니 할 수 없는 활동이 많아서 아쉽기도 했다. 많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여름에 행성인 친구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 대학원 생활은 할 만하기도 하고 지난하기도 하다. 올해 젠더학과(여성학과)로 전과를 하게 되었는데, 연구 주제 포커스를 다시 잡아야 해서 최근에 스트레스인 것 같다. 트랜스 재현을 연구하고 싶지만 재현만 공부해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기도 해서….요즘은 지정성별 여성의 남성성, 부치의 남성성, 트랜스 남성성 등을 어떻게 같이 읽어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인데 여기서 더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외에 요즘 고민되는 지점은 바이라는 말을 꺼내는 건 정말 쉬웠지만 왠지 논바이너리라는 말은 자꾸만 입안에 맴돌면서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꾸만 설명하고 증명해야 할 것 같고 나도 나 자신이 의심되어서 말이다. 내 몸도 내 몸이 읽히는 방식도 편안하지 않지만 어째서 트랜스,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이 그토록 오래오래 편안하지 않을까. 트랜스 혐오로부터 나를 떼어놓기가 어려운 건지 나도 모르게 트랜스젠더를 그렇게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려는 건지. 언제나 이런 두루뭉실한 결론에 이르게 되지만 그래서 더더욱 행성인에서 더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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