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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연재] 상임활동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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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베란다 텃밭을 시작했어요. 무슨 바람에서였는지 지난 달 문득, 식물을 키워보고 싶은거에요. 생전 뭘 키우는 일엔 관심이 없던지라 스스로도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바로 다이소로 향했죠. 다이소에 바질 재배키트가 있어 소소하게 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씨를 뿌리고 일주일쯤 지나자 싹이 트는 거에요. 흙 사이로 아주 조그만 초록이 보이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바질이 커가는 걸 보니 다른 것들도 더 키워보고 싶어졌어요. 초보기도 하고 수확의 기쁨도 느끼고 싶어 물만 주면 큰다는 상추, 루꼴라, 바질 씨를 사서 심었어요. 어떻게 되었나고요? 요즘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로 나가요. 퇴근해 집에 돌아와서도 베란다로 향해요. 하루새 쑥 자란 키와 볕을 향해 뻗은 잎과 줄기들에 감탄하며 신기방기해하죠. 집에는 텃밭용품들이 늘고, 전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원예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여요. 이런 변화가 스스로도 참 신기해요. 천고마비의 계절에 저 역시 작은 바람에도 산들거리는 생명의 힘을 느끼고 있답니다. 

오소리

은평에 아지트를 하나 구했습니다. 은평에 거주하는 행성인 회원 몇 명과 의기투합하여 작업실 겸 합주실 겸 파티룸 겸 회의실 겸 등(주로는 술을 마실 테지만) 겸사겸사 공간입니다. 공간 이름은 “무대아래(무아 moo:ah)” 입니다. “무지개소음대책위원회(공식 약칭으로 저는 ‘무소위’를 밀고 있지만 멤버들 간 이견이 있어 이하 풀네임으로만 기입합니다)” 멤버들이 ‘연극’이 끝난 후 무대 아래로 내려가 쉬어가는 공간(제멋대로 갖다 붙였습니다)이란 뜻입니다. 

9월 1일에 입주하여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간을 업데이트 중입니다. (저는 주로 시어머니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집에서 쓰던 쇼파도 아지트에 옮겨 놓고, 자잘한 세간살이들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 구매한 것들이 더 많습니다. 덕분에 계좌 잔고는 거덜나고 있지만(특히 무지개소음대책위원회의 풀소유께서…) 새롭게 꾸미고 공간을 구성해나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무지개소음대책위원회 멤버들이 전원 큐레센도 멤버들이기도 해서 우선 큐레센도 멤버들을 초대하여 공간에서 회의도 하고 놀기도 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회원분들도 초대하여 공간을 소개하고 함께 즐기면 좋겠습니다. 이러다 행성인 은평지부 되는 거 아니냐는 농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단은 같이 놀아요. 💞   

이안

9월 행성인 소모임 박람회 이후 2주동안 휴가였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휴가라고는 해도 어딘가 여행을 가거나 하진 않았고, 대신 연극하러 제주도를 갔습니다. 지난 달에도 이야기드렸던 장애해방열사음악극을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에서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극에 등장하는 정태수 열사의 고향도 제주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연장소인 서귀포 삼달다방에는 극에 등장하는 열사들과 함께 투쟁하신 동지들이 계셨기에 조금 더 특별한 무대경험이었습니다(이미 공연 시작하실 때부터 눈물이 가득하셨음… 배우들과 밴드멤버들은 눈물 참기 챌린지함…). 참, 제주에 있는 행성인 회원 분도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너무너무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

이번 공연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공연장소이자 숙박시설이었던 삼달다방에서도 환대와 함께 지원을 해주셨고, 제주도라 비행기에 악기를 싣고 가기 어렵기에 밴드 구성원들은 제주에 사는 동지들에게 알음알음 빌려서 무사히 연주했습니다. (처음 뵙는 분께 냅다 건반만 빌려옴…) 그 외에도 여러 지지해주는 손길과 마음들이 모여서 이번 제주에서의 연극여행은 무사히 마치는 것을 넘어서 커다란 마음을 가져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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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에서도 공연을 올리는 소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로 몸짓패와 밴드 큐레센도인데요. 저는 사실 간이 콩알만한 것에 비해 남들 앞에서 서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하는 편은 아닙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을 움직이고, 소리 내고, 뭔가 보여주는 것도 때로 즐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거나 준비한 것을 내보여주는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다 저랑 비슷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몸짓패에도, 밴드에도 내성적이시거나 내향인인 분들 생각보다 엄청 많아요! 처음엔 조금 신기해 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같이 연극하는 분들 중에서도, 특히 배우 분들중에 내향인인 분들 은근 있거든요. 

그 때부터 궁금해졌어요. 주목받는 것을 막 엄청 즐기지 않거나 각오를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이고 무언가 해야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란 무엇인가…. 일단은 엄청 멋있게 느껴집니다. 저처럼 그냥 동작이나 목소리가 크니까(ㅋㅋ) 하는 거랑은 다를 것 같아서요. 무대 위에 서는 내향인 분들의 사정과 심정을 들을 기회가 있을까, 싶습니다. 뭐 그냥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사람마다 다 다르기도 하고. 이럴 땐 릴스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조금 부럽습니다. 댓글로 달아달라고 할 수 있잖아요…. 아무튼간에 다른 사람들 크고 작은 이야기, 시시콜콜한 에피소드 듣는 게 아직도 너무너무 재밌답니다.

남웅

지오가 미니 텃밭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뭐라도 하나 돌보는 게 생기면 시간표부터 집안 분위기까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침 상임활동가 이야기를 텃밭 이야기로 들려준 김에, 행성인 화초 이야기도 좀 해볼까 한다. (화초 담당입니다)

행성인에 방문하신 분들이면 사무실 초입에 식물들이 맞이했던 걸 기억할 것이다. 홍콩야자와 스투키, 아랄리아, 아이비가 있고, 아랄리아를 빼면 과거 대흥동 시절부터 키우던 것들이다.

대흥동 공간은 옥탑이라 그래도 볕이 잘들어서 다육이를 많이 들였고, 어지간히 물만 때맞춰 주면 망할 일은 없었다. 가끔 풀벌레랑 나비들이 날아와서 여기가 대자연이구나 혼자 뿌듯했다만, 이사오면서는 종류가 많이 변했다. 대개는 음지에도 강한 식물들이다.

1층 통유리건물로 이사온대서 볕이 잘들겠거니 했지만 웬걸. 사무실 앞 인공잔디는 주차장으로 쓰느라 볕은 커녕 화분 내놓을 공간도 없다. 아쉽지만 입구에 두기는 했지만, 그마저 문앞에 간판처럼 행성인 깃발을 걸어 빛을 충실하게 걸러낸다. 집에서 쓰는 화초용 조명을 하나 가져올까 했지만 거치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포기. 꽃대까지 올렸던 다육이 하나는 이사 직후 시들하더니 그대로 주저앉았고, 아악무도 잎이 무섭게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져와 키운다. 지금은 알아서들 잘 자라라 미안하다 얘들아- 정도로 갈음 중이다.

다행히 스투키는 너무 잘 자라서 이사 전에 줄기 정리를 빡세게 했는데도 잔줄기들이 무섭게 올라왔다. 홍콩야자는 손바닥만 하던 게 무릎까지 올라올 만큼 컸고, 아이비도 풀만 무성하지만 줄기를 골라내서 수경으로 몇가닥 옮겨다 키운 게 화분보다 상태가 더 좋다. 다들 잘 자라서 분갈이를 한두번씩 해줬다. 아랄리아는 음지에도 잘자란대서 들여왔건만 제일 시원찮다. 그렇게 못살 정도는 아니지 않냐.

호림

11년의 시차를 두고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두 번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이스탄불 프라이드에 대한 폭력적인 경찰 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과 바로 이번 달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입니다. 두 번의 기자회견에서 찍힌 사진을 보며 시간을 흐름을 확인하는 한편, 11년이라는 시간동안 민주주의의 후퇴와 함께 강화되어 온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억압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 속에서도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어렵게 열고 넓혀 온 공간이 이제 그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하기만 합니다.  

우리와 멀리 떨어진 사회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크게 상심하게 되는 건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공동체와 시민사회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 속에서 변화와 더 큰 변화를 위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왔음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당일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이야기 했었는데요. 저는 2010년대 초 성소수자 운동에 처음 발 딛으며, 동료 활동가들을 통해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운동은 우리 운동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시민사회, 노동조합과의 연대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넓히는 방식이 행성인의 운동과 많이 닮아있어서 아주 큰 내적 친밀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해요.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도 없지만, 사회적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성소수자를 보호하고 평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법제도도 없는 상황도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튀르키예 운동의 현실에 공감하고,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가까운 참조점으로 삼자던 논의를 했던 것도 기억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마주한 튀르키예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알기 때문에 이들이 끝내 이 현실을 바꾸어 낼 수 있다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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